영화 마티슈프림, 성공에 대한 집착
July 25, 2026
모든게 엉망진창인 진흙탕과 같다. 그래서 모든 게 의미 없어지려고 했다. 한 줄기 진실의 빛이 뻗어져나와 진흙탕을 비췄다. 그것만으로 모든 걸 정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의미가 새로 생긴다.
사이렌의 노래 같은 그의 말주변은 사람들을 현혹시켜 제정신이 아니게 만든다. 완전한 거짓말보다 진실이 섞인 거짓말이이 더 눈치채기 어렵다고 한다. 마티 마우저는 이 능력에 아주 도가 텄다. 눈 앞에 목표가 생기면 생기면 거짓말을 불사하고 쟁취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왜곡했던 진실이 드러날 때마다 그와 그의 주변인물들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린다.
하지만 그가 몸 담고 있는 스포츠의 세계는 정직하다. 동일한 잣대를 통해서 승자와 실패자가 정해진다. 그의 언변도 탁구 경기에서는 그저 립서비스일 뿐이다. 그는 탁구에서만큼은 진심이었다. 아직 탁구가 흥행하지 않은 미국에서 그는 일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장난 관객의 윤리
영화를 보게되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세상을 체험하게 된다. 금쪽이 마티 마우저는 어딜가든 골치 아픈 사고를 치고 다닌다. 그럴때마다 자연스럽게 "이 친구는 인간은 못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갈등을 겪게되는 순간순간마다 마음 속으로 마티 마우저처럼, "이번만 제발 넘어가라"는 이중적인 사고가 함께한다.
마티 마우저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초토화가 된 시점에서 드디어 초연해질 수 있었다. 개과천선의 여지가 없었다. 마티 마우저는 지금도 앞으로도 질 나쁜 사건의 중심이 될 인물이었다. 아무리 영화 속 인물이라해도 이런 인물과는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짠하기도 하다. 그래서 응원하고 있었다. 가족들의 방해와 자본가의 모욕 속에서 꿋꿋하게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여비를 만들기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것 같다. 그에게 발생한 모든 사건들은 그가 일본에 가지 못할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경우의 수를 하나씩 제거하면서도 그는 일본에 갈 수 있는 길을 결국에는 트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일본에서 그의 전 라이벌과 다시 한 번 경기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숨 죽여 그를 응원하고 있지 않았나? 그렇게 된 맥락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그가 인간으로서 이겨내기 어려운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피아에게 임신한 여자친구를 납치당하고, 비열한 자본가들 앞에서 볼기짝을 맞을 때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미 운명에 무릎을 꿇는다. 그래서 마티 마우저가 마지막으로 듀스에서 승기를 잡았을 때, 혀 끝을 차던 나조차도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가려진 잘못들
사고뭉치 마티 마우저에 가려져 덜 돋보인 문제들도 많다. 마티 마우저의 성공을 의도적으로 가로막는 가족들은 얼마나 잘못했나. 임신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숱한 거짓말을 하며 생존하는 레이첼은 또 얼마나 잘못했나. 캐비닛의 트럼프처럼 취급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 불륜을 저지르는 영화배우는 어떤가. 은근하게 지배하고 있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도 여기에 넣어볼 수 있다.
이것저곳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마티의 행보 속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논란거리들이 많다. 은연 중에 우리는 잘못의 크기를 저울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누구의 잘못이 크니까 이 사람의 잘못이 무마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영화에 악역이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록웰이 될 것 같다. 일개 운동선수에 불과한 마티랑은 다르게 그는 펜을 만드는 회사의 사장이다. 그는 계산적인 사람이다. 마티에게 당한만큼 돌려주는 사람도 이 영화에서는 록웰밖에 없었다. 마티의 꿈을 손쉽게 이뤄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섣불리 마티를 위해 움직여주지 않는다. 본인이 몇 백년 동안 마티 같은 인간의 피를 빨아 먹고 살았던 뱀파이어라고 마티에게 고백하기도 한다. 그는 마티가 치러야 할 친선 경기에서, 지는 선수에게 고약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유대인이었던 마티를 겨냥하여 돼지와 입맞춤을 하게 하는 것이다.
유난스런 성공에 대한 집착
마티는 자신이 일구어낼 성공을 자신의 손으로 해내는 데 고집이 완강했다. 록웰이 처음 그에게 펜 판매의 마케팅을 위하여, 이벤트 경기를 제안했을 때 그는 록웰의 아들을 모욕하는 언급까지 하며 완강하게 거절했다. 마피아의 거금이 든 가방을 독차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딱 본인의 보상만 챙긴 채 떠났다. 자본가의 아내가 되어 꼭두각시처럼 사는 영화배우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런 마티에게 애속하게도 세계선수권대회의 참여는 노력할수록 점점 더 멀어져간다. 결국 그가 증오하다 못한 록웰에게 가서 바지를 벗고 볼기짝을 맞아가면서까지 일본행 티켓을 따게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마티도 자수성가에 대한 고집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되는 순간이지 아닐까 싶다.
마티는 처절한 싸움 끝에 비정규적인 승리를 거뒀고, 터덜터덜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병원으로 돌아왔다. 한 눈에 아이를 알아보고 품 속에 안아올렸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던 마티는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 영화는 이렇게 끝난다.
사실 이렇게나 캐릭터를 뜯어보고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가 실감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티 마우저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력은 단연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티모시 샬라메가 아니라 마티 마우저로 존재했다.
영화 관람 내내 긴장이 풀리지 않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사건사고를 터뜨린 것도 영화 몰입에 한 몫 한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영화가 끝났을 때 어질어질하기도 하다.
26년도 중 재밌게 본 영화라고 하면, 나는 이 영화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26년도는 아직도 반 년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