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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October 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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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 교양 강의로 "인간두뇌의 신비"라는 과목을 수강했었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던터라 밀접하게 관련있는 뇌에 대해서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뇌질환 관련한 내용이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현상들을 강의에서 소개해줬다. 그리고 교수님은 관련해서 이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이번에 기회가 되어 책을 읽게 되었다.

인간

뇌질환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서 더 탐구해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학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사회생활을 한다. 하지만 뇌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특수한 상태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억의 소실에 대해서 생각해볼게 많다. 알코올성 치매로 인해 특정 기간 이전의 기억만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현재의 기억은 대략 10분 정도 유지를 하고 이내 사라지고 만다.

또한 이마엽 문제로 인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증상의 환자도 소개된다. 현재의 그를 이루는 근간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그는 계속해서 비진실적인 이야기를 지어낸다.

인간 존재 정의에 대해서 여러 논의가 오고가곤 한다. 과거의 기억이 소실되어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인간은 기억에 의해 정의된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가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지 않다면, 현재는 무의미한 삶이 되는 것 같다.

확신

우리는 오감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오감에 갇혀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또한 감각 중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

급작스러운 뇌염으로 인해서 몸의 감각이 사리진 것처럼 느끼는 사례가 소개되었다. 우리의 몸은 오감 외에도 육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경우는 몸을 이루는 각 신체부위가 느끼는 고유감각의 상실과 관련된 얘기였다. 이 환자 같은 경우는 눈으로 본인의 신체부위를 보면 기본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데 눈을 떼버리면 기능을 상실해버린다. 부단한 노력으로 다른 감각의 보상활동을 통해 일반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고 전한다.

신체 결손이 생기는 경우, 해당 부위에 환각을 느끼는 사례도 흥미롭다. 이제는 없는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는 해당 부위의 이상도 느낀다고 한다.

염증이 관자엽에 퍼져서 노래 소리가 들려오는 환자도 있다. 이를 통해서 기억해내지 못한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효과도 받았다.

내가 믿고 있는 감각이 이상이 생기면 전혀 다른 인간이 되는 걸까? 실제 경험한 것에 대한 진실은 지금까지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다룬 사례들을 읽다보면 감각은 생각치 않은 오류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 세상은 그저 감각의 총합일 뿐일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마무리

읽으면서 존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정상적일 때는 전혀 인지를 못하던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결손, 과잉, 환각 동의 사례들을 보면서 나를 이루는 것에 대해 신경학적으로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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